인사말

어김없이 TPI 연수강좌를 시작으로 올해의 통증학회 행사가 시작됩니다. 이제 새해를 씩씩하게 열어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매년 새로 오는 전임의 들과 책을 읽으며 공부할 때 먼저 섭렵하는 책이 바로 일명 ‘Travell 책’으로 알려진 “Myofascial pain and dysfunction, The trigger point manual” 입니다. 가장 흔하다고 할 수 있는 근골격계의 통증을 이해하려고 하면 우선 그 근육주변의 해부학적 구조를 공부해야 합니다.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경로를 따라가 보기도 합니다. 이 근육이 왜 아프게 되었는지 척추의 문제가 없는지 눌러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통증에 대한 병태생리적 이해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말 같지만 항상 통증 치료 시장은 위기라고 들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위 ‘필수의료’가 아닌 통증치료가 각광받고 있다고 부러움 섞인 시기, 질투를 받기도 합니다. 왜 이런 상반된 말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초고령화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통증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더욱 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종 유사통증치료행위마저 난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돈벌이를 위해 검증되지 않은 각종 행위들이 오히려 환자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몇몇 TPI 연수강좌 역시 막상 내용을 보면 흥행을 위해 TPI 치료와는 관련 없는 내용을 강의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통증학회는 대한민국의 통증치료를 대표하고 선도하는 학회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매년 비슷한 내용이기도 하고 또한 지루하기도 한 내용을 뚝심있게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수강좌에서는 고려대의 한희철 선생님께서 정년을 맞이하셔서 근섬유의 오묘한 수축과정과 근막통증증후군의 발생이라는 명강의를 못 듣게 되어 아쉽습니다. 2024 가을에 열리는 KPS, ISPS, WSPC 3개 공동학회에서는 꼭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병태생리에서부터 시작해서 두경부, 상지부터 훙-복부, 요 하지부까지 온몸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콕콕 찝어 해부하듯 펼쳐지는 이날의 강의들은 다시한번 전체적 조망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더욱이 대한통증학회가 발표한 아편 유사제 처방지침을 다시한번 공유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였습니다. 원래 좋은 강의는 듣고 듣고 또 들어 귀에 못이 박히게 되어야 합니다. 한해를 새롭게 계획하면서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왜 통증의사가 되었는지, 왜 되려고 하는지 음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시길 바랍니다.

2024년 갑진년 (甲辰年) 새해를 맞으며

대한통증학회 회장 이평복